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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icorne / Vox (s3035)


아티스트Malicorne
제목Vox (s3035)
제작사SIWAN
분야ART ROCK
국가KOREA
상품코드501003035
최근입고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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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 List }

DISC 1
1. Nous Sommes Chanteurs De Sornettes
2. Le Prince D'orange
3. Marions Les Roses
4. Margot
5. La Mule
6. Paysans Sans Peur
7. La Blanche Biche
8. Saluta La Compagnie
9. Daniel Mon Fils
10. Les Filles Sont Volages
11. La Conduite
12. Les Couleurs
13. La Complainte Du Coureur De Bois
14. Voici Venir Le Joli Mai
15. C'est Le Mai
16. Le Navire De Bayonne/paysan
17. Marions Les Roses(remixage)
{ COMMENT }
사람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낯선 아름다움, 그리고 그 세계로의 신비로운 여행 말리꼬른느(Malicorne)의 [Vox]. 모든 관계의 연결 고리들을 단숨에 끊어 버리고 홀로 떠나는 여행처럼 매력적인 일은 그다 지 흔치 않다.

늘 알고 있고 익숙한 생활로부터 신비로운 안개 속으로 조심스레 발을 뻗듯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그것만으로 하나의 가슴 설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일탈에의 호기심과 그로부터 퍼져 나오는 매혹이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서, 우리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통해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찾기도 하고 또 우연히 만나기도 한다.

예컨대 깊은 산 속에서 홀로 맞게 되는 밤에 느껴지는 주술적 공포라든지 처음 만나는 이에게서 짧은 한순간 보여지는 친숙함 또는 꿈과 같이 아름다운 은하수를 바라보며 취한 듯 내뱉게 되는 감탄사 등에는 어떤 초자연 적인 에너지가 작용되고 있으며 그 주제는 바로 '나' 인 것이다. 자신 또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존재 자체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물음, 그리고 그에 대한 단편적인 해답들이 거기엔 포함되어 있다.

저 찬란한 별들은 아직 이성을 지니지 못했던 우리 조상들이 이 산 속을 누비고 다닐 때도 저 자리에 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을까? 그때 흐르던 물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이 거대한 아름드리 나무가 자그마하고 연약한 싹이었을 때 여기를 지나던 이가 있었을까? 더욱 더 많은 신비와 공포와 꿈들이 널려 있고 때론 마치 상상과 같은 일들이 직접 눈앞에 펼쳐졌을 그 시절에 사람들은 자연과 그 변화들에 대해 어떻게 반응했을까? 어떤 까닭으로, 무슨 생각으로 그들은 저렇게 돌을 쌓아 두었을까? 왜 저런 모양의 선과 저런 빛깔의 색으로 이런 문양을 그렸을까?

멀리 떠나는 여행일수록 이러한 물음의 띠는 더욱 두터워지고 길어지게 마련이다. 더더군다나 눈앞의 산물들이나 현상이 자신의 직접적인 내면을 자극하는 느낌을 가져다준다면 말할 나위도 없다. 옛 흔적을 찾아 헤매고 과거라는 것에 대해 알고 싶어하면 할수록 신비의 심연은 더욱 크게 제 아가리를 벌린 채 그곳으로 들어 오라 유혹한다. 여행을 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은 비단 고상한 감성적 욕구의 충족을 위한 낭만이나 정신적 휴식뿐만이 아니다.

거기엔 역사라는 거대한 의식과 무의식의 축적체가 어디든 도사리고 있어 여행자는 손길, 발 길, 눈길 닿는 모든 곳에서 찬연히 또는 은은히 빛 을 내고 있는 사라진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기묘하게만 보이는 상징들, 이국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방언들, 나의 그것과는 다른 숱한 정서, 그리고 색깔들. 소박하거나 거친, 아름답고 화려한, 따스하거나 또는 차가운 여러 색깔들. 눈에 보이는 모양새의 색과,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는 소리의 색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모든 소리들, 즉 음악이라 불리우는 공기의 이 묘한 떨림들이 지니는 각양 각색의 색깔들을 보자.

시대와 환경이 이루어내는 집단의 정서와 그 안에서의 사고 체계, 생활 양식을 잘 드러내는 많은 흔적들 중 음악은 단연코 첫손에 꼽을 만하다. 여행 도중 낡은 유적지에 머무르며 알 수 없는 깊은 감상에 빠지듯, 옛 음악이 들려올 때 이성의 영역 너머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는 역시 정체 불명의 스멀거림이 퍼져 나온다. 짜릿함. 쾌감. 제사를 위한, 또는 노동을 위한 음악과 노래들이 형식을 갖추고 서사적인 내용을 담게 되기까지, 오랜 세월에 묻은 소망과 시련과 온갖 희노애락들의 미약한 일부나마 남아 있기에 지금 여기 이곳에까지 변형된 느낌으로 전해 질 수 있다. 참 신비롭다. 거기에 어떤 힘이 담겨져 있기에?


포크(folk) 또는 전통(traditionai)음악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가질 수 있는 의미는 단순한 감상용 이상의 것이 아니다. 문명은 자연 그러한 상태와 주술과 마법과 꿈을 용납하지 않았고 그 모든 것들이 담겨 있는 음악은, 더 이상 제의와 자연 속에서의 육체적 노동이 필요치 않은 시대에 그 효용성을 잃었다. 그리고 더할 수 없이 짙은 색깔과 향기는 다른 소리들과 섞여 들려 지길 거부하여 급진적인 장르로서 머무르게 되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결코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없듯, 한 지역의 음악은 그 지역의 삶에 익숙치 않은 이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전해줄 수 없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혼이 담긴 음악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정서적인 부분에서 비롯되기에 귀와 마음을 열기만 하면 그 '느낌'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어떤 음악들은 마치 여 행과도 같다. 적어도 지금 이 시대에 이 땅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저 먼 지구 반대편 나라의 민속 음악을 행하는 그룹 말리꼬른느(Malicorne) 음악으로의 침잠이란 꽤나 힘든 여행이다. 거기에서는 어떠한 낭만적인 감정이나 사랑스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프랑스적'인 감성에 익숙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프랑스는 자국과 자국의 문화, 그리고 언어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한 지역의 문화와 보편적인 정서, 성향이라는 것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커다란 영향력 아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그네들 의 말 자체에서 풍겨 나오는 뉘앙스와 분위기가 그런 자긍심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앵글로 색슨어에 기원을 둔 언어를 사용하는 영국이나 독일과의 차이는 그런 대로 이해가 가지만, 같은 라틴어계임에도 이태리나 그리스 등과도 전혀 다른 성향을 지닌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들의 생활 방식과 그 안에서 표출되는 감정들에는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무척이나 많이 포함되어 있다.

북쪽의 게르만(Germains), 남쪽의 로마(Romains), 동쪽의 서고트(Wisigoths), 그리고 서쪽의 켈트(Celtes)등 다 양한 민족들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고대 프랑스에서 자신들의 확고한 언어가 자리잡기까지는 1,00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고. 그 동안의 문화적 양상 또한 혼합 변종으로부터 하나의 정체성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 중 고대의 바이킹들이 내려와 정착해 살던 북서쪽 브르따뉴(Bretagne)의 골(Gaule)지방은 오히려 유럽의 대륙적 성향보다는 잦은 외침과 이후 지금의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로 건너가 켈트인이라 불리는 강골의 바이킹들 탓에 오히려 켈트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영국의 켈트인들이 로마인들의 영향을 받아 로마화되어가던 중에도 오히려 골족(Gaulois:프랑스의 기원을 이루는 종족)은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였고, 때문에 이들은 유럽의 다른 지역과는 별개로 가장 독특한 문화를 나름대로 발전시켜 왔다. 만일 이들 골족이 프랑크족의 침략을 받아 흡수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프랑스의 모습은 꽤나 달라졌을 것이다.

프랑스 포크계의 대표적인 인물 알랑 스티벨 (Alan Stivell)은 브르따뉴의 전통을 반영하는 음악으로 대중적인 성공을 가두었고 이후 프랑스의 포크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역시 이후 포크계의 슈퍼 그룹으로 성장하는 그룹 말리꼬른느의 리더인 가브리엘 야쿱(Gabriel Yacoub)은 알랑 스티벨의 영향하에 있던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그의 초기 밴드인 삐에르 드 그르노블(Pierre De Grenoble)과 특히 후신 그룹 말리꼬른느의 음악은, 비교적 우리 귀에 친숙하게 들리는 알랑의 음악과는 달리 듣기에 상당히 껄끄러운 사운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격한 열정과 부드러움, 슬픔이 담긴 서정 등 우리의 감성으로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켈트의 음악이 일종의 포근함을 가져다 주었다면, 켈트로부터의 탈피, 프랑스로의 복귀를 모토로 내건 이들의 음악에는 별다른 느낌도 들지 않는 밋밋함과 텁텁함에 실리는 지극히 이국적인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 가브리엘이 택한 것은 켈트 이전의 골족과 프랑크족의 전통에 기원을 둔 음악들로 여겨진다.


이 앨범은 그들의 세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하지만 잘 알려진 곡들을 모아 놓은 일반적인 형태 의 베스트앨범과는 다르다. '목소리'라는 의미의 앨범 타이틀에서도 드러나듯 앨범을 위해 선곡된 트랙들은 대부분 무반주 노래들, 즉 아카펠라(a cappella) 형식의 곡들로서, '인간의 목소리'라는 악기가 표현해낼 수 있는 여러 화성들이 주가 되어 들려지고 있다. 사운드의 완벽한 컨셉트를 이루는 이 특이한 앨범에 담긴 짙은 향기의 음악들은 듣는 이를 아주 생소한 세계로 인도해 준다.

왠지 나의 존재 자체가 어색하기만 한, 내가 있어서는 안 될 그런 자리에 있는 것만 같은 불쾌한 기분. 가브 리엘, 마리 야쿱과 위 드꾸르종, 로랑 베르깡브루 올리비에 잘리크 코발스키의 5인이 이루어내는 이 기막힌 합창들은 현대적인 편곡이 가해지지 않은 말 그대로 순수한 전통 민요로서 이런 음악에 익숙치 않은 귀에는 짜증나는 소음으로까지 여겨질 소지 가 있는 노래들이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나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된 프랑스인들에게 두어 곡을 들려 주었을 때 그들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의 전통 음악 에 대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무슨 이런 음 악이 다 있냐며 눈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류의 음악들이 지니는 공통점은 우리의 본성 이 지니는, 문명과 이성, 문화 등으로 잔뜩 포장된 것이 아닌, 저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보다 원초적이고 영적인 감성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하늘을 두려워하고 땅에 감사드리며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과 달콤한 빗물에 즐거워했을 먼 조상들의 소박한 기원과 바람이 담겨 있는 그 음악들에서 우리가 원하는, 또 얻을 수 있는 것 은 결국 작은 즐거움 아니던가.

단숨에 귀와 감성을 잡아 끄는 음악보다, 때로는 듣기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음악이 주는 아주 작은 감동이 더 소중하게 여겨질 때가 있는 법이다. 가장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 가장 매력적인 설렘을 안겨다 주듯이.

글/ 성시완
자료제공/시완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