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rack List }
DISC 1
1. Aries
2. In My Box
3. By Your Bedside
4. Soldier Of The Flesh
5. I'll Always Feel The Same
6. Free
7. Emily
8. Chalk On The Wall
9. The Glorious House Of Arthur
10. Monkey
11. I Remember Sunnyside Circus
12. The Drummer Boy Of Shiloh
13. Just Another Day
14. Caraminda
15. I Am All The Animals
16. Songs For You'
{ EXTRAINFO }
*소장가치를 위한 시리얼 넘버링 (001-500매 한정/Limited Editions)
*오리지널 커버의 색상과 이미지에 부합되는 컬러비닐(컬러음반)
*최고의 음질을 위하여 비틀즈 음반을 제작하였던 영국업체로부터 음반제작
{ COMMENT }
지금까지 책을 통해서만, 혹은 말로만 들어왔던 Swirl Vertigo의 명반들이 시완 레코드 를 통해 원형 그대로 재발매되면서 아트록 매니아들을 기브게, 혹은 허탈하게(비싼 가 격으로 오리지날을 구했던 옛날을 떠올리며) 만들고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도 결코 허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좋은 음악을 듣고 느꼈던 그 감동을 이제는 자신만이 아닌 다른 많 은 사람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뿌듯함이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69년 Colosseum의 "Valentyne Suite"로 그 막을 열었던 Phonogram사의 프로그레시브 레이블인 Vertigo의 VO시리즈는 70년 Cressida의 데뷰앨범을 끝으로 6360 시리즈에 바톤을 넘겨주게 된다. 보다 전문적인 형태로 뛰어난 음악성과 예술성을 추구했던 이 시리즈는 Fai field Parlour의 본 앨범을 시작으로 브리티쉬 록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수맡은 명반들을 낳았 다. 이 시리즈의 또 하나의 관심사는 뛰어난 커버 아트에 있었는데 이는 청자들을 듣는 음악에 서 느끼는 음악으로 인도했다.
이러한 점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한 것은 로저 딘과 함께 커버 아 트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했던 Marcus Keef였다, Keef는 백인 인형들속에 있는 혹인 인형을 통해 백인 음악속의 재즈를 표현했던 Manfred Mann Chapter Three의 두번째 앨범과 파스 텔톤의 아름다운 색조를 담고 있는 Affinity의 인상적인 커버를 비롯해 Spring의 유일한 앨범 의 3단 커버를 제작했다. 다른 디자이너와 달리 Keef는 뛰어난 색채 감각과 사진 기법을 통해 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고 이는 그 음반이 담고 있는 음악적 색깔을 보다 분명하게 표현해 주 고 있다.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Fairfield Parlour의 (From Home To Home)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장황한 부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적어도 이 해설지를 써내려가 는 이 시점까지 Fairfield Parlour에 관해 입수할 수 있었던 자료는 전혀 없다.
단지 Fairfield Parlour가 67년과 69년에 Fontana레이블로 부터 2장의 앨범을 발표했던 영국의 전설적인 사 이키델릭 그룹 Kaleidoscope의 예명이라는 사실과 레드 제플린의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한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Kaleido scope라고 답했다는 사실이외에는. (참고로 Kaleidoscope라는 그룹은 영국, 미국, 독일 등 3 개국에 동명의 그룹이 존재했었는데, 이 세 그룹 모두 뛰어난 음악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청자들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그룹의 활동경력이라던가 멤버들의 프로필이 아니 다. 물론 그룹명의 선정 동기라던가 멤버들의 음악적 배경을 앎으로써 감상에 흥미를 더해주고 이해에 도움을 주겠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지금 턴테이불에 걸려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아티스트의 취향과 음악적 배경을 거꾸로 유출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오히려 음악감상 에 더욱 묘미를 더해줄 수도 있다. 음악감상의 방법에 정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은은한 작은 종소리에 이어 흘러나오는 애절한 어쿠스틱 기타연주로 시작되는 첫곡 'Aries' (숫양자리)는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곡으로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 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애수에 젖은 Peter의 리드 보컬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며, Peter와 Eddy의 트윈 맬로트론이 이러한 진지함과 차분함을 잘 조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손을 잡아, 그리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내게 말해주렴, 비틀즈를 유난히도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꿈은 사라지고, 이제는 현실만이 높은 벽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두번계 곡 'In My Box'는 힘찬 Rock & Roll리듬의 곡으로 역시 어린시절의 소중한 꿈을 담고 있던 장난감 상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부른 노래이다. 첫번째 곡이 차분하게 과거를 떠올리는 반면, 이 곡에서는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는 듯 리듬도 경꽤하다. 평범한 팝 취향의 곡으로 사랑에 대한 서정적 가사를 담고 있는 'By Your Bedside'에 이어 이 앨범에서 A면의 마지막 곡 'Emily'와 함께 최고의 명곡으로 손몹히는 'Soldier Of The Flesh'가 우리의 청각을 강타한다. 싸움터로 나가는 청년들에 굳은 각오를 심어주듯 도입부부 터 심각하면서도 애련한 분위기의 멜로트론이 등장한다. 오른쪽에서 계속 들려오는 차분한 피아 노 선율에는 비장미가 서려 있으며, 보컬이 시작되기 전에 들리는 숨 가다듬는 소리에서는 녹음 당시의 진지함이 배어나고 있다.
Eddy의 기타도 다른 곡에 비해 두드러진다. 고조되어가는 멜 로디와 함께 가사는 더욱 심각해진다. 군악대풍의 드럼과 함께 전쟁터에서 죽어간 병사들의 외 침 비슷한 함성에 뒤이어 다시 곡조는 침착하게 전개되어간다. 여운을 남기며 드럼과 멜로트론 연주가 서서히 사라져간다. 진지한 분위기의 앞곡을 뒤로한 채 이제는 평범한 사랑이야기인 I'll Always Feel The Same이 전개된다. 새침떼기가 사랑의 고백을 거절하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애수가 어린 느낌이다. 마음 속으론 좋아하지만 사랑의 고백을 거절할 수 밖에 없는 고뇌가 Eddy의 보컬을 퉁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곡은 'Free'이다. 리듬감있는 진행의 드럼과 베이스의 조화가 재미를 더하면서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Free is the only answer".사랑은 자유로운 객채로서 만났을 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사랑 자체에 구속되어 서로가 서로에게 얽매이게 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닌 것이다. 일곱번째 곡은 Emily라는 여자의 일생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Emily'이다. 침울하면서도 기 이한 분위기의 오르간 연주, 오버더빙된 코러스와 튜불라 벨즈가 듣는 이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 고있다. 분명 슬픈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순하고 착하기만한 에밀리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다.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약간의 에코 효과를 가 미해 저 세상으로 떠나버린 에밀리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간절히 나타내고 있다. 흔란스런 전자기타와 플룬으로 시작되는 'Chalk On The Wall'은 1분이 조금 넘는 짧은 곡 으로 음악적 감흥은 별로 없지만 우리로 하여금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가사를 가지고 있다.
영국 음악에서 아더왕만큼 자주 소재로 채택된 인물도 드물 것이다. 유명한 Rick Wakeman 은 이를 주제로 컨셉트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여덟번째 곡 'The Glorious House Of Arthur'역시 그러한 곡이다. 하지만 이 곡은 소재가 주는 웅장함보다는 동화적인 느낌을 많이 담고 있다. 차분하게 시작되는 기타와 멜로트론 연주에 이어 신나고 경꽤한 리듬으로 전개되는 편곡은 어느새 우리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으며,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합시코드는 곡을 더욱 감칠맛나게 한다. 이 곡이 Trader Home의 Morning Way에 수록되었으면 어땠을 까? Monkey 는 시종일관 전개되는 합시코드 연주와 중간 중간 등장하는 플륫이 우리 귀를 포 근히 감싸주는 평범한 곡이다. 다음곡 'I Remember Sunnyside Circus'는 60년대 중반 팝계를 주도했던 사이키델릭 음악 의 영향을 받아 만든 곡으로 서커스의 장면을 연상하기라도 하듯 분위기도 박진간이 넘친다,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스산한 분위기를 뒤로하고 드럼 스틱 소리가 선명히 들려오는 'The Drummer Boy Of Shiloh'. 성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의 옛 도시이름을 따서 지은 미국 남북 전쟁 당시의 테네시 주의 병영소인 실로를 소재로 해서 만든 이 곡은 전쟁과 폭력에 저항하듯 자 못 진지한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제작되는 Fairfield의 앨범에는 보너스 곡으로 Just Another Day', 'Caraminda', 'I Am All The Animals', 'Songs For You'등이추 가로 수록되어 우리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다,
일상생활 주변에서의 일들을 소재로 삼아 삶의 진지함과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던 Fairfield Parlour의 음악새계를 담아내기 위해 Keef가 선택한 색은 짙은 갈색이었다. 갈색이 풍기는 우울함과 고독함 그리고 진지함을 밝고 경꽤한 리듬에 실어 아름다운 음악으로 담아내었 던 Fairfield Parlour의 음악을 그대로 표현해준 것이었다. Vertigo 6360시리즈의 선두주자 답 게 뛰어난 감성과 음악성으로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던 Fairfield Parlour. 단 한장의 앨범만을 발표한 채 사라져간 그들이 남긴 메시지와 음악적 풍요로움은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 와서도 우리들의 가슴 한구석을 해집고 들어와 나갈 줄을 모른채 차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그러기 에 이제 그 뿌듯한 마음으로 펜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