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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 List }
DISC 1
1. Off The Hook
2. What's The Word
3. Gina
4. Ain't It Good To Know
6. Love Jones
8. She's Got Somethin'
9. So Sorry
10. Say Love Say When
11. This Must Be Love
12. Seduction
{ COMMENT }
제니퍼 러브 휴이트, 루더 잉그램, 더블 Z, Gablz, 피트 벨라스코의 공통점은 ? 놀랍게도 모두 JK가 프로듀스한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JK ? JK 노드럽을 말하는 것인가 ? 아니면 JK 사이즈 ? Jk 워커도 있고, J.K.도 있는가 하면, J.K. & Co.도 있다. 국내 가수로는 JK 김동욱도 떠오른다. 하지만 그냥 JK다. 이 친구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인터넷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불행히도 개인적인 바이오그래피를 찾는데엔 실패했다. 공식 사이트는 당연히 없을뿐더러, 본 음반을 낸 버브조차 일체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아마존 사이트에 가면, 본 음반의 자켓 사진조차 싣지 않은 가운데 음반 타이틀과 뮤지션 이름만 언급했을 뿐이다. 물론 아웃 오브 스톡, 절판된 상태다. 그렇다면 본 음반을 구한 사람들은 아마존도 없는 레어 아이템을 구입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올 뮤직 가이드에 가보니 본 음반에 대한 평이 무척 좋아서 무려 별 넷의 평점을 매기고 있다. 리뷰 내용도 찬사 일색이다. 하지만 JK에 대한 일체의 언급이 없다. JK는 대체 누구인가.
사실을 말하면 이렇다. 본 음반의 라이센싱을 결정한 K 사장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음악광이다. 비단 클래식뿐 아니라, 록, 재즈 등 여러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터다. 우연찮게 필자가 그분을 만난 자리에서 툭 던져놓듯 본 음반을 건넸는데, 사실 자켓이나 아티스트 네임을 보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한 걸작입니다”라고 한 마디 던진 그 분의 내공을 결코 무시할 수 없어서 일단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CDP에 걸고서는 그만 녹 아웃되고 말았다. 필자의 취향이 비록 올드 타임 록과 재즈 등에 향해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요즘 쓸만한 신보가 드문 탓도 있고, 주목할 만한 뮤지션을 찾기 힘든 탓도 있다. 그런데 본 음반을 듣고는 무릎을 탁 치고 만 것이다. 이 정도면 컬렉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런 판단이 섰던 것이다.
본 음반을 들으면서 우선 머리에 떠올린 것은 몇 년 전 도쿄에 갔을 때의 록뽕기 풍경이다. 주말에 그 지역에 가면 우리의 홍대 앞처럼 숱한 클럽과 바가 불야성을 이루며 손님을 받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클럽에 가면 손님의 반 이상이 백인과 흑인들이며, 당연히 공용어는 영어다. 그런 클럽 가운데 필자가 자주 찾던 곳이
이라는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는 작고 초라하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조차 간이로 만든 듯한 허술한 만듦새이고, 자칫 잘못하다간 밑으로 추락할 위험도 있다. 한데 비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안으로 깊숙이 뻗은 내부 공간에 온갖 인종이 꽉 들어차서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인다. 좀 예쁜 여성이 오면 여기저기서 달려들어 껴안을 만큼 하드 보일드한 냄새는 나지만, R&B를 중심으로 끈끈한 음악이 나와 맥주 한 잔 하기엔 딱 좋은 공간이기도 하다. 본 음반의 분위기에서 바로 그런 클럽을 떠올린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물론 여기서 본 작이 훨씬 고급스런 냄새가 풍기기는 하지만 말이다.
과연 R&B라는 것이 무엇일까 ? 성인 흑인들을 위한 하이 뽕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까 ? 물론 R&B는 태생이 블루스이고, 흑인의 정서를 깊이 반영할 수밖에 없는 장르이기는 하다. 게다가 저항 정신이 강한 소울이나 깡패들이 득실거리는 힙합과는 차별되어, 여전히 고급스런 성인 음악으로 지금도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대개 비슷비슷한 분위기에 끈끈한 맛이 가득해서 아예 R&B라면 고개부터 돌리는 음악 매니아들도 적지 않다. “먹통 음악”이라는 용어를 쓴다면, R&B야말로 가장 적합한 장르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필자도 가끔 R&B를 듣지만, 장시간 듣기는 힘든 형편이다. 요즘은 어셔라던가 데스티니스 차일드 같은 아티스트가 나와 차트를 점령하지만 개인적으로 큰 임팩트는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나친 선정성과 감정의 과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때문이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알겠지만 솔직히 음반을 사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그런데 본 작은 그런 R&B의 기풍은 유지하면서도 뒷맛이 개운하고, 어떤 트랙에서는 진지한 재즈 못지 않은 음악성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버브의 포어캐스트라는 서브 레이블이 추구하는 것이 이런 모던한 쪽이라 조수아 페인이라던가 수잔 테데시, 브라질리언 걸스 등이 포진해 있지만, 이렇게 신선한 느낌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다시 웹 서핑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라이너 노트에서 JK가 부친 클로드 킵니스(Claude Kipnis)를 언급한 점에 착안해서 적어도 JK의 K가 킵니스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시작했다. 그러자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JK의 이니셜은 조엘 킵니스(Joel Kipnis)의 약자임을 알아냈다. 또 자켓에 등장하는 세 사람 중 모자를 쓰고 기타를 든 백인이 JK이고, 흑인이 올갠 주자 딩키 빙햄이며, 예쁘장하게 생긴 흑인 여성이 본 작의 메인 보컬인 로빈 스프링어임도 알게 되었다. 조엘 킵니스를 더 추적해보니 위에 언급한 뮤지션들의 음반을 프로듀스한 제작자임을 안 것도 큰 수확이었다. 참고로 그 앨범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Jennifer Love Hewitt
-Luther Ingram
-In Z Mood/Double Z
-Gablz
-Deeper/Pete Belasco
그런데 더 쇼킹한 사실은, 킵니스의 키보드와 기타 솜씨가 상당하며, 특히 기타리스트로서의 능력은 웬만한 정상급 뮤지션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다. 그 결과 그는 마크 위트필드와 함께 조인트 앨범을 낸 바도 있는데 그게 바로 이다. 미국의 트랜스페어런트 뮤직이라는 마이너 레이블에서 출반한 것을 일본에서는 JVC에서 라이센싱했다. 말하자면 JK라는 이름은 일본 팬들에게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그 앨범을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평을 보니 1987년에 조지 벤슨과 얼 클럭이 듀오로 연주한 에 필적한다고 되어 있다. 이쯤 되면 JK가 프로듀서로서, 뮤지션으로서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인물임을 알게 될 것이다. 또 이런 백인이 본격적인 R&B 음악에 경도되어 있다는 점 역시 흥미를 끈다. 본 작이 신선한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것이다.
첫 곡 는 딩키의 올갠이 넘실대는 가운데, 강력한 드러밍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JK의 쾌속질주 일렉트릭 기타 솔로가 시작된다. 일단 녹음이 매우 잘 되어서 개개 악기의 음상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고, 서로의 음이 뭉치는 법도 없다. 중간에 테너 색스의 솔로가 나올 때쯤이면 70년대를 빛낸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다시 듣는 듯한 쾌감이 밀려온다. 모든 악기들이 일사분란하게 꽉 짜여져 제 소리를 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일단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이어지는 는 타이틀 트랙으로 개럴 개디스라는 게스트 보컬리스트가 반복적으로 “왓스 더 월드 ...” 노래하는 가운데 JK의 기타 솔로가 화려하게 펼쳐지는 곡이다. 미디엄 템포의 세련된 댄스곡인데, 전혀 느끼하거나 기름지지 않다. 확실히 JK의 개성이 가미되어 통상의 R&B가 주는 맛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런 곡들을 주로 트는 댄스 플로워는 얼마나 세련된 공간일까 한번 상상해보기도 한다.
는 딩키의 보컬 트랙으로, 원래 올갠 주자인 딩키가 실은 매우 뛰어난 가창 실력을 갖춘 인물임을 알게 해준다. 역시 타고난 흑인 체질의 필링이 듬뿍 가미되어 동양인으로선 엄두도 내지 못할 진한 맛의 R&B 넘버를 들려준다. 그런데 JK는 기타뿐 아니라 키보드도 치면서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리드해 가는데, 중간중간 삽입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맛이 각별하다. 바로 이런 감각으로 자칫 부담스러울 곡에 신선한 풍미를 실어주고 있다. 곡 자체의 멜로디도 뛰어나서 R&B 러브 발라드의 걸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작품이다.
에 오면 드디어 로빈 스피링어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일단 뱃심에서 우러나오는 힘이 보통이 아니고, 고역에서 시원하게 뻗는 맛은 노래를 한다는 사람이면 질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모도 뛰어나 확실히 많은 선물을 받은 보컬리스트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절대로 감정의 과잉은 없고, 보컬이 지나치다 싶으면 적절하게 JK가 개입해 세련된 기타 솔로로 연결시킨다. 그래서 여러 번 들어도 질리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한다. 아마도 21세기 R&B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하게 할 만큼 멋진 트랙이다.
앨범 뒷부분에 이르면 딩키가 노래하는 7번 트랙 이 매우 인상적이다. 마치 할렘의 뒷골목을 거니는 듯한 비정한 맛이 가득한데, 로버트 블록이 묘사하는 알콜 중독자 탐정이 돌아다니는 세계를 방불케 한다. 연쇄살인범, 거리의 창녀, 마약중독자, 느닷없는 폭력 ... 특히 겨울쯤이면 맨홀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인상적인 뉴욕 거리를 이 트랙에서는 중간에 삽입되는 뮤트 트럼펫이 그려내고 있다. JK는 분명 백인인데도 이런 환각적인 세계를 묘사하는 폼을 보면 흑인 음악과 주변 환경에 보통 정통한 인물이 아닌 것 같다. 힙합에 에미넴이 있으면, R&B에는 JK가 있는 것일까 ?
마지막 트랙 은 기타리스트로서의 솜씨를 한껏 뽐낸 JK의 독무대다. 특히 어쿠스틱 기타를 갖고 이렇게 멋진 솔로를 연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엔 R&B뿐 아니라, 재즈, 블루스, 포크 등 여러 음악적 요소들이 더해져서 JK의 음악적 토대를 이루는 폭넓은 자양분을 짐작케 한다. 사실 JK 정도의 실력이면 재즈 기타리스트로만 외길을 걸어도 어느 정도의 성과는 이루지 않을까 싶다. 그 때문에 마크 위트필드와의 조인트 앨범을 꼭 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갖게 하다. 아무튼 이 한 곡만으로도 혀를 내두르게 하는 JK의 기타 솜씨는 본 앨범의 백미라 할 만하다. 아쉬운 것은 이후 JK의 명의로 낸 앨범을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본 작에 참여한 멤버들을 다시 한번 규합해 새 앨범을 갖고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보며 리뷰를 마친다. (이종학)